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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hold-win (1)

야모야모 2025. 3. 15. 08:51





*제작해주신 룰루랑님, 꾸르님 감사합니다🥺🫶*



*장르 로맨스입니다^-^.*
*이런 류의 글은 처음이라 부족합니다. 극을 긴장감있게 이끌기가 어렵네요.*
* win-hold-win 이란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나치 독일과 군국주의 일본을 동시에 상대하는 대외전략에서 비롯된 용어입니다. 2개의 핵심지역에서 동시에 전쟁이 발생할 경우, 한 곳의 전장에서 우선 승리하는 동안 다른 한 곳에서의 적의 발목을 묶어둘 수 있는 역량을 말합니다.*






김유정은 태온의 하청 임무를 수행하는 a조직의 간부이다. 그녀는 어느 순간 등장해 협상테이블에서 원하는 것을 모두 따내며 그 실력을 인정받았고, 그로 인해 다수의 조직에서 알음알음 소문이 퍼지고 있다. 최근에는 태온 중위급 조직원과의 협상에서 여러모로 고점을 잡아 a조직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 주었다.


오늘은 태온과의 또 다른 협상이 잡혀있다. 오늘까지 완벽히 협상에서 승리한다면, 우리 조직의 입지가 더욱 커지겠지. 협상에서 승리하는 것은 잿빛의 생활에서 한 가닥의 색을 칠하는 행위. 그저, 재미없이 사람 죽어나는 조직에서의 소소한 재미일 뿐이다. 조직에 대한 충성심으로 이런 짓을 벌이고 있지는 않다는 뜻이다.

오늘 협상에서 나는 태온의 자금흐름을 완벽히 파악하고, 그 흐름 중 일부를 우리 조직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만들어낼 것이다. 그들의 자금이 우리에게 자연스레 흘러나가도록.


협상 장소에서 밝은 얼굴로 나온다. 오늘 협상도 승리했다. 그리고 이 승리는 강이현의 귀에 들어가게 된다. 강이현이 서태주에게 문자를 남긴다.


[a조직의 간부 중에 거슬리는 년이 있습니다.]

서태주는 당분간 그녀의 행보를 지켜보기로 한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




태온 본부 최상층에 위치한 집무실에서, 서태주는 정확히 두 달 전부터 하나의 특이한 현상을 관찰해왔다.

그 씨발 김유정이란 여자.

a조직의 간부로 태온과의 여러 협상 테이블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 달에는 우리 조직의 중간급 인원 하나를 완벽히 뒤흔들어 놨다. 그 새끼가 먹이를 앞에 두고 침 흘리는 개마냥 굴다가 우리가 원하는 이익의 70%를 날려버렸어. 그 새끼는 곧바로 처리했다.

그 일 이후로 강이현이 그 여자에 대한 정보를 모아왔다. 서태주는 담배를 깊게 빨아들이며 서류를 넘겨 프로필을 확인한다. 그리 위협적인 외형은 아닌데.


"이현아, 이 년... 협상 테이블에서 우리 측에 이점이라곤 하나도 안 남겼네."

강이현이 고개를 숙이며 평소와 같은 잔잔한 어조로 대답한다.

"네, 보스. 그녀의 협상 전략은... 매우 치밀합니다."

서태주는 서류를 탁 던지며 일어선다.

"그 새끼들 자금줄 끊어버려. 그리고 그 년, 데려와. 직접 만나보고 싶으니까."

씨발, 우리 조직원들이 씹년 하나 못 구슬리고 말려들다니. 직접 만나봐야겠어. 그 년이 협상에 강하다면 우리도 그걸 이용할 수 있다. 김유정에게 더 큰 거래를 제안해 태온의 안으로 끌어들인다.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배신하면 언제든, 죽여버리면 그만이야.

강이현이 모호한 표정으로 책상 앞에 서있는 서태주를 응시한다. 아무래도 불만이 있는 모양이지.


"이건 협상이 아니라 함정이야. 그 씨발년이 얼마나 머리가 좋은지 한번 시험해 보자고."

이번에는 내가 사냥꾼이 될 차례다.




—.




일주일 뒤, 강이현은 김유정을 데리고 서태주의 집무실에 들어온다. 데려왔다기보다 끌고왔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서태주는 의자에 깊숙이 앉아 왼쪽 무릎 위로 반대 다리를 들어 얹고는 김유정을 위아래로 훑는다.

"소문을 들었다. 김유정."

서태주의 집무실로 집어넣어진 김유정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의 앞에 서서 꾸벅 인사한다. 의도된 행동이다. 그가 우리 조직의 자금줄을 끊어버린 지금, 그를 만난다는 건 어찌 보면 기회다.

"씨발, 재미 좀 봤나봐."

그의 위협적인 말투에도 김유정은 당당하다.

조직이란 강한 자가 살아남고 약한 자는 도태된다. 협상테이블에서 패배한 자들, 그들은 도태되었을 뿐이다. 나는 살아남은 거고. 하지만 이런 쓸데없는 가치관을 늘어놓을 자리가 아니란 것은 옆구르기하며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살아남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은, 막강한 적의 눈에 띄지 않는 것. 바로 내 눈 앞에 있는 서태주처럼 말이다. 하지만 최근 실적에 신이 나서일까, 한마디로 나는 너무 '나댔다'.


술렁이는 속과 달리 최대한 침착하게 그에게 짧게 대답한다.

"재미라뇨. 아닙니다."



'아닙니다'라... 이 년이 지금 내 눈을 똑바로 보면서 거짓말을 하고 있네.

서태주가 쿡쿡 비웃음을 흘린다. 의자에 앉아 다리를 떠는 그의 모습에는 충분한 위압감이 담겨있다.


"씨발... 웃기네. 내 중간급 간부들은 니 덕에 목이 썰려나갔는데."

서태주의 입에서 나오는 담배 연기가 매캐하게 공간을 채운다.

"너희 같은 좆만한 하청업체가 감히 우리 자금 흐름까지 건드리려 했다? 개병신같은 배짱이네."

그녀의 표정을 살핀다. 겁에 질린 것 같진 않다.

"그런데 말이야. 니가 건드린 돈줄은 내 거야. 그 돈줄 건드리는 손목은 잘라버리는 게 내 스타일이고."

오히려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는 것 같은 얼굴이 심기에 거슬린다.


"너, 내 앞에서 협상해 봐. 네가 이기면 살려주지."

눈동자에 흥미를 담은 채 서태주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간다.



함정이다. 알면서 거절할 수 없는, 아니, 거절했다가는 이 자리에서 죽을지도 모르는. 방법은 하나다.

"할게요, 협상."

정면으로 승부를 봐야한다.



대답을 듣고 서태주의 입꼬리가 더 올라간다. 단 두 마디로 받아들이다니. 겁에 질렸나, 아니면 자신이 있는 건가?

"앉아. 협상이란 건... 서로가 원하는 걸 얻어내는 거지."

책상 위에 담배를 비벼끈다. 작은 담뱃자국이 남는다. 그 옆에는 위스키 한 병과 두 개의 잔이 놓여있다. 위스키를 따라 잔 하나를 김유정이 서있는 방향으로 밀어준다.

"협상의 주제는 간단해. 네 목숨과 네 조직의 존속 여부야."

서태주는 자신의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다. 위스키 잔의 얼음이 유리잔에 부딪히는 소리가 잠시 허공을 채운다.

서태주는 김유정을 계속해서 관찰하고 있다. 눈빛, 표정, 자세... 모든 게 협상의 실마리다. 이 여자가 원하는 것, 그리고 약점을 찾아내야 한다. 분명 조사한 바로는 가족관계는 없다. 전부 사망했어. 주변 대인관계에서 책 잡힐 일은 없다. 일부러 지운 것인가 생각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따라서 약점을 찾지 못한 상태.

"너희 조직의 모든 정보와 너의 충성. 이것이 내 첫 번째 조건이다. 대신 너희 조직은 태온 산하로 편입시켜주지. 너는 내 직속으로."

그녀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어때? 이게 내 제안인데."

준비해놓은 함정이다. 네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자신의 조직을 배신하는 꼴이 되고, 거절하면 죽음을 택하는 셈이 된다.



"지금 저를, 스카웃하시겠다는 건가요?"

예상치 못한 말이 귓가에 날카롭게 꽂힌다. 의도가 뭐지? 내가 우리 조직을 배신하기를 바라는 건가. 사실 조직에게 충성심 따위는 사라진지 오래다. 존나게 잔인한 우리 조직의 보스라는 놈에게 질릴대로 질렸거든. 몇 년 전에 무기 유통하던 놈의 얼굴을 난도질해놓은 걸 보고 없던 정도 사라졌다. 내가 간부로서 일을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살아남기 위해. 하지만 서태주의 눈에는 내가 조직을 소중히 여기는 것으로 보였나보다.

"모든 정보를 넘기라는 건 제안이 아니라 협박으로 느껴지는데요."

속내를 감추고 우선은 조직을 위해 충성하는 척 해볼까. 마른 침을 삼킨다. 나는 도박을 하나 걸어보기로 한다.

"–거절하겠습니다. 그런 제안은."

너의 의도 중에 죽음을 택했다. 너가 날 죽이지 못할 거라는 확신으로, 목숨을 건 도박수를 던진다. 여기서 날 죽이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끝나겠지. 그건 너의 스타일이 아니다.






'거절하겠습니다.' 이 여자의 말에 서태주의 눈이 가늘어진다. 죽음을 택했다고? 씨발, 예상 밖의 대답이야. 내가 그녀를 가만히 응시한다. 죽음보다 배신이 더 무섭다... 그런 종류의 충성심인가, 아니면 다른 계산이 있나?

"거절?"

서태주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김유정에게 다가간다. 이 여자의 눈에서 두려움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계산된 도전이 보인다. 목소리를 낮추며 그녀의 주변을 천천히 맴돈다.

"하, 씨발."

수를 읽자 입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간다. 내가 너를 여기서 죽이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배짱을 부리는 거고.

그녀의 뒤로 가서 갑자기 그녀의 목을 잡는다. 죽일 정도는 아니지만, 숨이 살짝 막힐 정도로.

"틀렸어. 너를 죽이면 다른 모든 하청업체들이 다시 기어들어갈 거야. 본보기로 삼기에 완벽하지."

손을 풀고 그녀의 앞으로 돌아가며 낯짝을 살핀다. 흔들림 없는 표정. 겁을 좀 더 줘볼까.

"다시 제안하지. 너희 조직은 건드리지 않을게. 하지만 넌 내 것이 돼. 태온의 협상가로서."



도박은 성공했다. 목숨을 거는 척, 충성하는 척 그의 아래에 들어가는 것이 애초에 나의 목표였으니. 그것이 살아남는 방법이자, 언제든 그를 배신할 가장 좋은 위치를 선점하는 것이므로.

"...."

마지막으로 망설임을 보인다. 조직을 선뜻 배신하는 자세는 초반의 신뢰관계를 쌓는데에 좋지 않다. 언제 뒷통수를 후려갈길지 모르는 상대보다는, 잘 넘어오지 않더라도 충성심있는 부하가 더 매력적일 것이다.

그가 더 위협적으로 나오길 기다린다. 총이라도 들면 더 좋고.



그는 김유정의 눈을 똑바로 쳐다본다. 유정의 눈에는 망설임이 보인다. 하지만 그 뒤에는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한–

"마지막으로 묻는다."

서태주의 손이 재킷 안으로 들어가 권총을 꺼낸다. 천천히, 그녀가 모든 과정을 볼 수 있도록. 총구를 닦으며 김유정의 반응을 살핀다. 이어 안전장치를 해제하는 소리가 방 안에 울린다. 은색 총신이 사무실의 불빛에 차갑게 빛난다. 자리에서 일어나 그년의 이마에 총구를 겨눈다. 동공이 살짝 흔들리는 것을 봤다. 드디어 보이는 미세한 균열.

"내 밑에서 일하든가, 지금 여기서 씨발 뇌가 터져나가든가."

"저는..."


탕–.

그는 김유정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방아쇠를 당긴다. 총성이 집무실에 울려 퍼진다. 그녀의 귓가를 스친 총알이 뒤 벽에 박힌다.

"내가 말한 건 제안이 아니라 명령이었어. 씨발년아."

총성이 귓가에서 서서히 잦아들어 안정을 되찾는 동안, 서태주는 뚜벅뚜벅 김유정의 앞에 다가와 선다. 그녀의 뺨에 총구를 문지른다. 차가운 금속이 하얀 뺨 위를 누르자 피부가 얕게 눌린다.

"넌 도구야."

너를 도구로써 철저히 이용해주지.

"대답."

김유정의 입꼬리가 옆으로 살짝 늘어진다. 서태주가 그것을 발견했는지는 알 수 없다.

"네, 보스."

–너의 도구로써, 너를 이용해주겠어. 그 뒷통수를 겨눌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