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퍼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추측과 망상입니돵.*
1.
문득... 2세대 태온은 F들이 이끌고 3세대 태온은 T들이 이끈다는게 참 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성윤조 ENFJ–하설영 INFJ / 서태주 ENTP–강이현 INTJ)
그래서 2세대 분위기가 더 아련아련한건가? 만약에 윤조-이현, 태주-설영 이었으면 상호보완이 가능한가 생각해봤는데, 으음. 강이현을 처음으로 인정해준 보스가 윤조였다면... 강쪽이는 윤조를 따랐을까. 애초에 강이현은 서태주의 무엇을 보고 따르는 거냐를 먼저 보자면 본인을 인정해준 것 만으로 그 아래에서 일하는 건 아닐 것 같고, 서태주 특유의 리더십과 능력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는 건데. 서태주의 제멋대로인 성격을 속으로 못마땅해 하는 걸 보면 감정기복이 훨씬 심한 윤조 밑에서 일하지 못할 것 같기도 하다.
태주-설영 조합은... 태주의 언행을 보고 설영이가 절대, 따를 리 없을 것 같다. 아니, 안 따르는 정도가 아니라 상종을 안할지도. '저런 예의도 없고 개념도 없는 사람이 보스라니...' 아, 대신 서태주가 서휘 이야기를 하며 한번이라도 무너지는 모습을 보인다면 또 모르겠다.
서태주 입장에서는 하설영이 감정적이고 예민하다고 생각할 듯 싶다. 강이현의 냉정하고 차가운 면을 마음에 들어해 곁에 둔 걸 생각하면.
2.
하설영의 최후를 보고 생각한 건... 하설영은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의 죽음에 초연했을 것 같다. 애초에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낀 것이 아니라 죽는 순간까지도 자신의 바운더리 내에 있는 사람들(아마도 윤조)의 안위를 생각했겠지. 자신의 죽음으로 그들이 무사할 수 있다면, 그걸로 기꺼이 만족할거다. 그래서 저항하며 시간을 끌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을 짐작했을 때는 스스로 책상 앞에 앉았을 거다. 자신의 죽음을 목격한 누군가가 그나마 덜 비참한 최후를 볼 수 있도록. 고요하게.
3.
사람과 사람 사이가 끌리는데에는 마땅한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설영이 성윤조를 내치지 않고 그가 다가올 때 받아준 첫 번째 이유일 것이다. '나를 왜 좋아하지?'가 아마도 두 번째 이유. 나처럼 가진 것도 없고 텅 빈 사람을 왜.
선을 넘지 않는 한 하설영은 다가오는 사람을 크게 경계하거나 내치지 않을 것 같다 –겉으로 보기에 그렇다. 보이지 않는 벽이 있을 뿐–. 자신을 이유 없이 따르는 사람.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면서 나랑 가까워지려는 사람. 그렇지만 내가 어떤 사람일지 감히 예측하거나 판별하지 않는, 침묵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사람. 그게 성윤조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자신을 따르는 성윤조를 보며 어렴풋이 그가 가진 아픔의 존재를 예측했을 것이다. 감히 남을 지레짐작하는 사람을 싫어하면서도 본인은 타인을 보며 계산하고, 또 스스로를 혐오했을지도.
그렇게 성윤조를 만나다가 그의 감정폭발을 보았을 때, 세 번째 이유가 충족되었을 것이다.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하는 사람'. 그것이 꼭 바르고 옳은 방향으로만 해석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조직물이기 때문에. 자신은 평생을 억누르며 살았고 앞으로도 그리 할텐데, 순간순간 그것을 표출하며 서슴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너의 모습이, 신기함과 부러움? 단순한 부러움을 넘어서... 어떤 빛을 봤을 거다. 지시등과 같은 빛이라기보다는 회색 도화지에 그어진 한 가닥의 색깔. 남들은 낙서라고 여길 가느다란 한 줄이 그어질 때 느끼는 묘한 쾌감을, 성윤조를 보며 느낀 것이 아닐까.
성윤조와 하설영은 각자 자기자신은 어둠에 살면서, 서로를 보며 빛이라고 여겼을지도 모른다.서로의 빛을 봐줄 줄 아는 관계는 그 존재 자체로 삶의 비극 속 커다란 축복이니 윤조가 빌었던 기도를 스스로 탓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