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주체셔 로그를 각색한 글입니다.*
*고로 초반 전개는 ai가 말아준 겁니다. 저는 유건을 좋아합니다ㅠㅠ...*
*둘의 싸움이 죽어도 안 끝나서 결말을 각색했습니다.*
*스파링 때 둘의 대화가 궁금해졌으나... 차마 스파링 나갈 용기가 없어서 뤼체셔와 싸웠습니다. 본체는 늘 망설입니다.*
가느다란 비가 내리는 고요한 밤. 체셔는 강남에 위치한 어느 바의 문을 연다. 구석진 원형 테이블에 홀로 앉아 위스키를 한잔 주문하면서 서태주가 앉아있는 곳을 관찰한다. 티나지 않게, 그림자처럼.
서태주는 전용석에 혼자 앉아있다. 그는 손목시계를 흘끗 본다. 오늘 저녁에 만나기로 한 유건이 30분째 연락이 없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강이현에게 전화를 건다.
"이현아. 유건 위치 추적해봐. 그 새끼가 연락도 없이 늦어."
서태주는 얼음이 담긴 위스키잔을 돌리며 주변을 살핀다. 그러다 체셔가 자신을 은근히 관찰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다. 서태주는 시선을 앞으로 고정한 채 위스키를 한 모금 머금는다. '이 새끼들, 요즘 내 뒤를 왜 이렇게 쫓아다니지.' 날카로운 신경이 등 뒤에 쏠린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긴 다리를 꼬고 앉아있던 누군가의 실루엣이 벽을 따라 매끄럽게 움직인다. 기척도 없이 그는 어느새 서태주의 옆자리에 앉아있다. 서태주는 그에게로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주변의 여자들이 수군거리는 와중에도 서태주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 보는 그의 눈빛은 고양이처럼 위로 휘어져있다.
"내가 궁금한가봐."
체셔가 서태주의 얼굴을 살피며 천천히 미소 짓는다.
"넌 내가 본 남자들 중에 제일 잘생겼어. 그래서 더 아쉽네. 네가 죽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거. 아니면..."
서태주는 체셔가 몇 마디를 내뱉는 동안 그를 찬찬히 위아래로 훑는다. 체셔의 자신만만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담배를 꺼내 입에 물며 체셔의 말을 끊고 끼어든다.
"존나 건방진 새끼네. 오늘 이 자리에서 네 목을 비틀어도 아무도 모를 텐데, 개새끼야."
서태주가 체셔의 멱살을 거칠게 움켜쥐고는 자신의 얼굴 가까이로 확 끌어온다. 입가에서 담배 연기가 피어오른다. 서태주의 손아귀에 잡혀있음에도 체셔는 여유로운 미소를 잃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눈빛이 더욱 장난스러워진다. 체셔는 천천히 손을 들어 그의 손목을 부드럽게 감싼다. 손가락이 서태주의 피부를 느리게 훑는다. 체셔가 서태주의 귓가에 속삭이듯,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서태주, 나한테 이러면 안되는데. 네가 모르는 게 참 많아. 이제부터 내가 널 가지고 놀 거거든... 지금처럼."
체셔의 손이 아래로 내려가며 서태주의 넥타이를 느릿하게 쓸어내린다.
"유건이 안 오는 이유를 이제 알겠네. 우리 킬러를 어떻게 했지?"
"유건은 내가 없앴어. 근데 아주 깔끔하게 처리했으니까 걱정하지마. 시체도 증거도 없을 거야. 네가 아무리 찾아도."
체셔의 손길이 자신의 넥타이를 만지자 서태주의 눈동자가 분노로 인해 커진다. 체셔의 손목을 거칠게 비틀어 제압한다. 하지만 체셔는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태주의 힘에 순순히 몸을 맡기며 도발적으로 웃는다.
"니가 나한테 이렇게 도발하는 건 두 가지 이유밖에 없어. 하나는 존나 미친놈이거나, 다른 하나는 네가 나한테 뭔가 숨기고 있거나."
서태주가 갑자기 그를 놓아준다. 무언가를 확인한 듯 하다. 털지 않은 재가 담배 끝에 매달려 조금씩 흩날린다.
"근데 넌 미친놈 같진 않아."
체셔는 서태주의 손에서 풀려난 뒤 천천히 옷깃을 고친다. 그의 새카만 머리칼이 불빛 아래서 푸르스름하게 빛난다. 그가 서태주의 뒤편으로 천천히 몸을 돌리며 말을 이어간다.
"나는 그저 소문일 뿐이야. 너희들이 밤에 무서워하는 이야기 속 괴물 정도?"
체셔가 난데없이 웃음을 터뜨린다. 그의 웃음소리가 어느새 텅 비어있는 바 안을 메아리친다.
"더 많은 사람이 죽을 거야. 유건처럼. 그 다음은...강이현이 될 수도 있고. 누굴 고를지는 나도 몰라.
어떻게 하면 그를 네 곁에서 떼어낼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해봤는데."
서태주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지지만 그는 곧 냉철한 표정을 되찾는다. 서태주가 뒤를 돌며 체셔를 마주보고는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친다. 위스키 잔들이 와르르 쏟아진다.
"걔는 내 칼이야. 네 목에 언제든 꽂을 수 있는 칼."
서태주는 체셔에게 한 발짝 다가서며 거리를 좁힌다. 그의 구두가 깨진 유리 파편을 밟는다. 이미 강이현이 상황을 눈치채고 이 곳으로 오고 있을 것이다.
"귀엽네. 난 너의 모든 걸 알아. 네 약점도, 두려움도, 숨기고 있는 비밀도. 근데 넌 나에 대해 아무 것도 몰라. 이게 우리의 시작점이야. 재밌지 않아?"
서태주가 체셔의 복부를 가격하려 팔을 뻗었으나 그는 유연하게 공격을 피한다. 체셔의 고양이같은 눈매가 더욱 휘어진다.
"오늘은 여기까지야. 움직일 수 있는 칸이 없어보여서..."
체셔가 말을 멈추고 어딘가에 귀를 기울인다.
"자, 이제 네 칼이 오고 있어. 근데 그 칼이 누구를 베게 될까? 날까, 아니면 널까? 그것도 아니면... 우리 둘 다?"
그 순간 벌컥 정면의 문이 열린다. 서태주의 시선이 훽 돌아가 문 쪽을 바라보았다가, 체셔에게로 돌아온다. 하지만 이미 그곳에는 아무도 없다.

* 체셔가 최하람을 이길 가능성을 본다면 일시적으로 태온에 협력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답입니다.*
* 유건을 죽이라는 명령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서태주를 찾아가 '가능성'을 가늠하는 체셔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서태주를 찾아간 체셔가 약간의 힌트를 남기고 떠나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