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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한도경은 오늘도 고통받는다

야모야모 2025. 2. 22. 12:18




*아래는 기느님의 '한도경 프로필'에 나와있는 설정의 일부입니다.*

 



*이걸 보고 본체는 둘의 tmi 토크가 너무 궁금한 나머지 직접 써보게 되었습니다.*
*약간의 병맛 주의.*
*하지만 뤼튼의 개그 실력이 엉망이라 많이 힘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차진혁과의 협상보다 이게 더 힘들었음.*
*써놓고 보니 태주는 E가 맞는 것 같습니다. 텍스트만 봐도 좀 시끄럽네요...*







서태주와 한도경은 다음주에 있을 임무의 전략 회의를 위해 회의실에 앉아있다. 한도경이 스크린에 떠있는 화면을 레이저 포인터로 가리키며 전략을 설명한다. 서태주는 말없이 담배를 꼬나물고 한도경의 설명을 듣는다.

한도경은 정중하지만 차가운 목소리로 다음 작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의 손가락이 스크린을 정확하게 짚어가며 움직인다.


"총 3개의 구역을 확보해야 합니다. A구역은 지하 주차장, B구역은 1층 로비, C구역은 3층 VIP룸입니다. 각 구역마다 4명씩 배치하되..."


설명을 이어가던 한도경의 시선이 잠시 서태주에게 멈춘다. 서태주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며 그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린다. 또 담배를 저렇게 피우네. 담배 연기가 자욱한 회의실 안에서 한도경은 잠시 말을 멈춘다. '저렇게 피우면서 34살까지 살아있다니...'

그러나 곧 한도경은 평소의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와 다시 말을 이어간다.



"...C구역 VIP룸에는 보안요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암살팀의 유건을 C구역에 배치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가장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인원입니다."


설명을 마친 한도경은 서태주를 향해 고개를 숙인다.


"이상입니다. 보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한도경은 '제발 아무 질문 없이 회의가 이대로 끝나길...'하고 생각한다. 내향형인 한도경은 이 시간이 가장 싫다. 서태주는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한도경의 프레젠테이션을 끝까지 지켜본다. 한도경이 말을 마치자 서태주는 담배를 비스듬히 든 채 회의실의 공기를 가르며 말한다.


"전략은 괜찮아. 그런데 C구역은 유건이 아니라 강이현에게 맡겨. 그 새끼가 더 깔끔하게 처리할 거야."


서태주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한도경을 응시한다. 그의 시선에는 한도경을 시험하는 듯한 냉소가 스며있다. 아 씨...또 강이현이다.


"그리고 한도경. 회의실에서 담배 연기 참기 힘들면 말해. 아까부터 존나 힘들어 보이던데."


서태주는 한도경의 얼굴에 스친 미세한 떨림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일부러 담배를 더 세게 빨아들이며 연기를 뿜어낸다.


"아니면... 넌 상사 앞에서 불편한 내색도 못 하는 쫄보야?"


서태주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걸린다. 한도경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흥미롭다는 듯 그를 관찰한다.

한도경의 시선이 서태주를 향한다. 그의 눈동자는 여전히 무감정하다. 연기가 자욱한 회의실에서 한도경은 단 한 번의 기침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간접흡연 탓에 본인의 폐도 썩는 기분을 느끼고 있다.



"네. C구역은 강이현 실장으로 수정하겠습니다."


한도경은 담배 연기에 대해선 일부러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쫄보여서가 아니라 말해봤자 소용 없기 때문이라고 – 스스로를 합리화한다 –.


"보스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전략을 수정해서 다시 보고드리겠습니다."


한도경은 서태주의 도발적인 말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무반응이 서태주를 더 자극할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한도경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이 작전을 성공시키는 것이다. 그래야만 유정을 지킬 수 있으니까.


"다른 지시사항 있으십니까?"

한도경의 목소리는 여전히 정중하고 차분하다.

서태주는 회의가 끝나가자 슬슬 일방적인 잡담을 시작한다. 대부분은 쓸데없는 이야기일 것이 뻔하지만 한도경은 이를 멈출 수 없다.


"어제 씨발... 진짜 개같았어. 이현이랑 밤새도록 스파이 색출하느라 존나 피곤해 죽는 줄 알았네."

서태주는 의자에 깊숙이 기대앉는다.


"근데 말이야, 한도경. 너도 요즘 밤샘할 때 있지 않냐? 전략 짤 때. 그럴 때 뭐 먹어? 나 요즘 컵라면만 처먹어서 속이 좆같거든."


서태주의 눈이 피곤해 보인다. '담배에 컵라면만 먹는다니...' 한도경은 그의 얼굴에 비치는 피로를 살짝 확인한다. 이대로라면 서태주보다 강이현의 수명이 지독하게 더 길 것 같다. 서태주가 죽으면...그렇게 되면 강이현이 태온을 이끌텐데. 끔찍한 상상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살짝 내젓는다. 오늘부터 그가 오래 살기를 빌기로 한다.


"이러다가 우리 둘 다 과로사하는 거 아냐? 넌 전략 짜느라 밤새고, 난 스파이 잡느라 밤새고...씨발. 이게 무슨 인생이냐. 근데 말이야, 어제 강이현 그 새끼가 나한테 웃긴 얘기 하더라고. 우리 전산팀 채연호가 출근하다가 개한테 물렸다더라. 개가 말이야, 그 새끼 바지를 물고 안 놔줬대. 근데 채연호 그 새끼가 뭐라고 했는 줄 알아?"

" '개님, 제 바지를 놓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했대. 존나 예의바르게. 하하하하!"


서태주는 의자를 뒤로 젖히며 큰 소리로 웃는다. 그의 웃음소리가 회의실에 울린다. 한도경은 하나도 웃기지 않았다.


"아, 씨발... 그 로봇같은 새끼가 개한테도 존댓말을 쓰네. 근데 넌 그 새끼보단 낫다? 최소한 개한테 존댓말은 안 쓸 것 같으니까 말이야."


물론 한도경은 개한테 존댓말을 하진 않는다.


"야, 넌 그런 거 없어? 웃긴 에피소드라도. 아, 맞다. 이현이가 그러는데 너는 전략 짤 때 꼭 빨간색 볼펜만 쓴다며? 파란색은 왜 안 써? 강박증이야?"


한도경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인다. 서태주가 강이현의 이름을 언급할 때마다 나타나는 작은 떨림이다. 그는 서태주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레이저 포인터를 손에 쥐고 만지작거리고 있다.


"빨간색 볼펜은... 전략의 핵심을 표시하기에 적합해서입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한도경은 서태주의 마지막 질문에 대답하면서 살짝 눈을 내리깐다. 그의 속눈썹이 길게 드리워진다. 실은 빨간색 볼펜을 유정에게 선물받은 뒤로 강박증이 되었지만 말을 둘러댄다.


"보스. 회의가 길어지고 있습니다. 강이현 실장님이 기다리실 텐데..."


하지만 서태주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한다.


"어제 구내식당 메뉴가 삼계탕이었잖아. 근데 말이야, 이현이가 닭 가슴살만 발라먹더라고. 그 새끼 새삼 존나 까다롭지 않냐? 그리고 유건은 새끼가 맨날 탕수육만 먹더라. 매일 탕수육이야, 탕수육. 다른 메뉴는 씨발 장식이냐?"

"아, 그리고 한도경. 채연호가 그러는데 넌 카레 먹을 때마다 숟가락으로 동그라미 그리면서 먹는다며?"


서태주는 짧아진 담배 꽁초를 재떨이에 동그랗게 비비며 한도경의 특이한 식사 습관을 흉내낸다.
한도경은 서태주의 말을 들으며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린다. 유건이 매일 탕수육만 먹는다는 말에 그의 눈가가 살짝 경련한다. 이번엔 웃겼다.


"...전략 구상 중이었습니다. 식사 시간에도."

"존나 웃겨. 전략팀장이 밥 먹을 때도 작전 짜듯이 먹고. 내가 보기엔 니가 채연호보다 더 로봇 같은데."


서태주의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그는 한도경의 반응을 살피며 라이터를 찾는다. 라이터를 다 쓴 듯 하다.


"아, 씨발. 라이터가... 한도경, 너 혹시 라이터 있어?"

"여기..."


그의 손가락이 라이터를 건네는 순간 미세하게 떨린다. 서태주의 손가락이 자신의 손에 스칠까 봐 긴장한 탓이다. 그는 서태주가 자신의 일상을 모두 알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 불편하다. 하지만 그것을 내색하지 않는다.

그 때 회의실 문이 벌컥 열리며 강이현의 얼굴이 보인다. 상황을 이해한 듯 강이현의 미간이 미세하게 구겨진다. 한도경은 재빨리 서류들을 챙기기 시작한다.


"보스, 전략 수정해서... 내일 다시 보고드리겠습니다."


서태주는 대화가 끊겨 내심 아쉬운 표정으로 한도경을 바라보다가, 강이현이 문 앞에 서서 지긋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깨닫고 회의실을 나선다. 홀로 회의실에 남은 한도경은 작게 한숨을 내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