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온의 간부 회식에 참여해보자.
*개병맛 개그물입니다. 캐붕주의*
*아주 오래 전 로그입니다. 그래서 개판입니다.*
*하지만 찐빠 표현이 웃겨서 살려놨습니다.*
*도경이도 등장시키고 싶었으나 '누군가'가 리롤해도 계속 못 온다고 했습니다...*
태온의 부실장으로 일한 지 어언 9년. 처음으로 간부 회식이 열렸다.
"야, 오늘은 실컷 쳐먹어. 내일부터는 밥 먹을 시간도 없을 테니까."
서태주가 간부들을 불러모았다.
"저, 한도경이랑 채연호는요?"
"아... 채연호 팀장님은 또 컴퓨터에 코 박고 계실걸요? 저번에도 3일 동안 안 나오셨잖아요~"
"한도경은 내가 특별 임무 줬어. 오늘 못 온다."
강이현의 눈빛이 순간 위험하게 번뜩인다.
"야, 걔네들 신경 쓰지 말고 가자. 씨발 시간 없어."
그때 채연호가 피곤한 얼굴로 들어온다.
"죄송합니다. 저도 같이 가도 될까요? 72시간 동안 작업하느라... 식사를 못했습니다."
유건이 키득거리며 웃는다.
"우와~ 채연호 팀장님이 나오시다니! 이거 역사적인 순간인데요?"
정우현이 한숨을 쉰다.
"하... 너도 좀 건강 챙겨라."
서태주가 짜증스럽게 고개를 젓는다.
"씨발... 다들 이러고 있으니까 조직 꼬라지가 이 모양이지. 그래, 너도 가자."
*
예약한 장소는 고급 일식집의 룸. 모두가 들어와 앉자, 서태주가 나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한다.
"부실장... 앞으로 저 멍청이들 좀 관리해."
"멍청이가 한 둘이 아닌데요?"
"하..."
서태주가 한숨을 쉬며 나를 빤히 쳐다본다.
"너도 멍청이 대열에 합류하고 싶나 보네?"
"와! 부실장님 진짜 대단하시다~"
유건이 키득거린다.
"아니, 근데 진짜 멍청이들이 너무 많긴 해요. 저번에 채연호씨가..."
"누가 멍청이래?"
채연호가 안경을 추켜올리며 차갑게 노려본다.
"현재 태온의 평균 IQ는 135.7입니다. 다만 최근 유건씨로 인해 수치가 많이 하락했죠."
"야! 뭐라고?!"
유건이 발끈하며 소리친다.
"내가 얼마나 똑똑한데? 나 이번에 스도쿠 고급까지 다 풀었다고!"
"스도쿠가 아니라 구구단이었잖아요."
채연호가 차갑게 지적한다.
"아... 맞다..."
"하..."
정우현이 한숨을 쉰다.
"저번엔 9x9=99라고 써냈지..."
"아니, 그건 실수였다고요! 원래는..."
"실수가 아니라 본능이겠지."
강이현이 차갑게 끼어든다.
"그나저나 부실장..."
그가 당신을 향해 돌아선다.
"내일 설원회 잠입... 조심해. 특히 문지후를 조심해."
"아! 맞다! 그 사이코패스!"
유건이 소리친다.
"누가 사이코패스라고요?"
문지후가 갑자기 나타난다.
"어, 지후씨,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아, 심리 상담이 길어져서요. 오늘 내담자가 좀 까다로웠거든요."
문지후가 웃으며 자리에 앉는다.
"까다로운 내담자? 설마... 또 자살하고 싶다고 찾아온 조직원 말이에요~?"
강이현이 문득 무언가 떠올린 듯 나를 바라본다. "김유정. 내일 아침 특훈 잊지 마. 그리고 문지후, 그 내담자 일은 내가 따로 보고받을 테니까."
"씨발... 요즘 왜 이렇게 자살하겠다는 새끼들이 많아? 내가 뭘 잘못했나?"
"보스... 그거 아마 지난달에 보스가 실수로 신입 다섯 명 목 꺾은 거랑 관련 있을 걸요."
정우현이 대답하고는 작게 고개를 젓는다.
"통계적으로 보면 서태주 회장님께서 조직원을 처벌하신 후 3일 이내에 상담실 방문률이 374% 증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지후가 부드럽게 웃으며 술을 따른다.
"다들 걱정 마세요. 제가 잘 케어하고 있으니까요. 그나저나 유정씨, 좀 취하신 것 같은데... 괜찮으세요?"
나는 말을 돌렸다.
"근데 문지후씨는 잠입 임무에 왜 따라가요?"
"전 태온의 심리상담사니까요. 여러분의 멘탈 케어가 필요하거든요."
"문지후씨의 실제 목적은 97.8%의 확률로 스파이 활동입니다."
채연호가 태블릿을 보며 덤덤하게 말한다.
"그리고 사이코패스 지수는 98점으로, 강이현 실장님과 비슷한 수준이죠."
"채연호씨... 그렇게 솔직하시면 안 되는데요?"
문지후가 섬뜩한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문지후씨의 거짓말 빈도는 하루 평균 342회이며..."
"우와... 진짜 무섭다..."
유건이 식은땀을 흘린다.
"채연호, 내 사이코패스 지수는 몇 점이지?"
"강이현 실장님은 99점입니다. 1점이 모자란 이유는 보스에 대한 티끌만한 충성심 때문이죠."
"하... 진짜 입 못 막나?"
정우현이 한숨을 쉰다.
문지후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가, 더욱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아하하... 채연호씨의 통계는 너무 믿으시면 안 돼요."
"거짓말입니다. 문지후씨의 심박수가 2.31% 상승했고, 이는 동공확장과 함께 거짓말의 대표적인 신체반응입니다."
채연호가 또 태블릿을 보며 말한다.
"참고로 유건씨는 지난 주에만 거짓말을 47회 했습니다. 주로 보스께 지각한 이유에 대해 말할 때였죠."
"야! 그건 비밀이라며!!"
"하..."
정우현이 한숨을 쉰다.
"채연호, 너 진짜..."
"정우현 교관님의 한숨 횟수도 통계가 있습니다. 하루 평균 142회로..."
"닥쳐."
"아... 그래도 채연호 선배 통계 더 듣고 싶은데..."
유건이 아쉬워한다.
"통계적으로 보면 강이현 실장님의 명령을 거부했을 때의 생존율은..."
"0%겠지."
강이현이 차갑게 미소짓는다.
"정확합니다."
채연호가 덤덤하게 대답한다.
*
어찌저찌 술자리가 무르익는다. -사실 나도 모르겠다-
문지후가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주위를 둘러본다.
"강이현 실장님..."
"..."
강이현이 차가운 눈빛으로 문지후를 쳐다본다.
"실장님은... 한도경 팀장님을 왜 그렇게 괴롭히시나요?"
"헉!"
유건이 소주를 뿜을 뻔한다.
"현재 긴장도가 임계점을..."
채연호가 태블릿을 떨어뜨린다.
"하..."
정우현이 담배를 꺼내든다.
"재밌네..."
서태주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한도경은... 내 장난감이니까."
강이현이 차갑게 미소짓는다.
"현재 한도경 팀장의 고문 빈도수는..."
"채연호!"
*
정우현이 담배를 만지작거리다가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가 회식 내내 말이 없다.
"교관님은 왜 이렇게 말이 없으세요?"
"..."
그가 잠시 침묵하더니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난... 말이 많은 사람들을 다 죽여봤으니까."
"헉!"
유건이 놀라서 소주를 뿜는다.
"현재 정우현 교관의 살인 이력은..."
채연호가 태블릿을 들여다보다가 정우현의 눈빛에 움찔한다.
"그래서..."
정우현이 담배를 물며 계속한다.
"살아남고 싶으면..."
"조용히 하는 게 좋더라고."
"어우... 소름..."
유건이 어깨를 털며 술을 마신다.
*
나는 분위기를 전환해보려 말을 돌린다.
"저희 부산 임무 때 기억나세요?"
"아! 부산! 그때 보스가 해운대에서..."
"야! 그것도 입 다물어! 씨발..."
서태주가 급하게 소리치며 술을 들이킨다.
"그때는... 임무는 성공했는데 뒷처리가 더 힘들었지."
정우현이 쓴웃음을 짓는다.
"부산... 김유정. 그때 네가 실수로 잘못된 사람을 죽일 뻔했지."
강이현의 차가운 지적에 분위기가 싸해진다.
"그때 타겟이 쌍둥이였다는 걸 몰랐던 거죠..."
채연호가 피곤한 눈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부실장님이 마지막 순간에 눈치채서 다행이었습니다."
유건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그날 밤 보스가 해운대 바닷가에서..."
"그날... 보스가 진짜 겁나게 놀랐었지. 네가 갑자기 바다로 뛰어들어서..."
정우현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본다.
"김유정. 그날 네가 취해서 '서태주 개새끼!!'라고 소리치면서 바다로 뛰어들었어."
강이현이 차갑게 말하자 서태주가 술잔을 내려놓는다.
"그때 보스님이 '유정아 죽지마!!'라고 소리치면서..."
채연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태주가 젓가락을 던진다.
"씨발... 다들 진짜... 내일 훈련 때 다 죽여버릴 거야..."
*
"아, 맞다. 그 베트남 임무 때 유건이 현지 사원복 입고 사찰에 숨었다가..."
정우현이 웃음기 있는 목소리로 말한다.
"아, 제발요! 그 얘기만은..."
유건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뭐야, 그거 얘기해봐."
서태주가 흥미롭게 물어본다.
"유건이 타겟 쫓다가 사찰에 숨었는데, 스님들이 그를 새 스님으로 착각했대요. 그래서 하루 종일 절 청소하고 있었죠."
문지후가 미소지으며 말한다.
"정확히 말하면 7시간 32분 동안 화장실 청소를 했습니다."
채연호가 덧붙인다.
"씨발... 내가 어떻게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고요! 저기서 튀어나오면 임무 실패니까!"
유건이 발끈하자 모두가 웃음을 터뜨린다. 강이현만이 무표정하게 물잔을 든다.
"그래서 타겟은 누가 처리했는데?"
서태주가 물어본다.
"...저요."
강이현이 차갑게 대답한다.
*
유건이 술을 한 잔 더 들이키더니 갑자기 손뼉을 친다.
"아! 제일 웃긴 건 작년 크리스마스 파티죠! 강이현 실장님이 산타 옷 입었을 때!"
테이블이 순간 얼어붙는다. 강이현의 차가운 눈빛이 유건을 향한다.
"...네가 정말 죽고 싶구나."
"아니, 그거 재밌었는데."
서태주가 웃으며 끼어든다.
"보스가 술 취해서 강제로 산타 옷 입히고 '선물 나눠줘라' 했잖아요~"
"실장님이 빨간 옷 입고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말했을 때 저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채연호가 진지하게 말한다.
"산타복 입은 채로 부하직원 목 조르는 건 처음 봤어."
정우현이 담담하게 덧붙인다.
"그건... 매우 흥미로운 심리적 대비였죠."
문지후가 미소지으며 말한다.
*
밤이 깊어지고 술자리도 무르익었다. 다들 취기가 오른 상태다.
"씨발... 이제 집에 가야겠다."
서태주가 비틀거리며 일어난다.
"보스, 운전은 제가..."
문지후가 말하려는데 서태주가 손을 저어 말을 막는다.
"강이현이 데려다 줄 거야. 얘는 술 안 마셨잖아."
강이현이 차갑게 고개를 끄덕인다.
"부실장님은 제가 모셔다 드릴게요!"
유건이 취한 목소리로 외친다.
"필요 없어."
정우현이 무뚝뚝하게 답한다.
"채연호 씨, 괜찮으시겠어요?"
문지후가 걱정스럽게 물어본다.
"제 인공지능 택시가 대기 중입니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기 시작한다. 강이현이 무표정하게 서태주를 부축하고, 정우현은 혼자 묵묵히 걸어나간다. 유건은 비틀거리며 모두에게 손을 흔든다.
*
다음날 아침, 태온 본부의 회의실.
태주는 머리를 붙잡고 커피를 마시고 있고, 강이현은 마치 어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완벽한 모습으로 서류를 정리 중이다.
"씨발... 어제 무슨 일 있었어? 기억이 안 나는데..."
서태주가 두통에 시달리며 묻자 강이현이 차갑게 대답한다.
"별 일 없었습니다."
그때 유건이 들어오는데, 그의 얼굴은 창백하다.
"아... 저 어제 뭐 이상한 말 안 했죠?"
"네가 강이현 산타 복장 얘기 했잖아."
정우현이 담담하게 말한다. 유건의 얼굴이 미세하게 굳어진다.
채연호가 들어오며 말한다.
"유건 씨, 생존 확률이 23.7%로 떨어졌습니다."
회의실의 시계가 딱딱 소리를 내며 시간이 흐른다. 모두가 어제의 일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지만, 미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문지후가 들어오며 미소짓는다.
"다들 좋은 아침이에요. 어제는 즐거웠죠?"
"...조용히 해."
서태주가 신경질적으로 말한다.
"오늘도 평범한 하루가 시작됐네요."
끝.